세상은 왜 농부에게만 변하라 합니까? 2018 1월 농산물꾸러미소식 2018.04.17

어느 유기농부의 후회

전 이제부터 풀 깍느라 진드기에 물려 온몸을 피가 벅벅 나도록 긁으며 괴로워하지 않고 수 백만원이 드는 과수원 풀 깍는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제초제 10만원이면 해결되는 황제 농법을 할 것입니다.

벌레가 생기면 얼른 독한 농약을 무지무지 쳐가며 곱게 만들 것이고,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면 항균제를 잽싸게 듬뿍 뿌려 다스릴 것입니다.

아주 보들보들 윤이 좔좔 나도록 마법의 화학비료도 팍팍 쳐대어 가지가 찢어지도록 많이 매달리게 할 것입니다. 온갖 과학이 만들어 준 색이 고와지고, 때깔 좋게 하는 약, 오래오래 저장하여 비싸게 팔수 있는 방부제 듬뿍 든 저장 약, 뿌린지 며칠만 지나면 알이 굵어지는 신비한 영양제까지 아낌없이 쳐주어 부자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농사에 쓰라고 있는 농약인데... 농민들 다 하고 있는데... 누구도 시비 걸지 않고 비싼 값에 고품질로 팔리고 사가는데... 그동안 왜 멍청하게 유기농업을 했는지 후회합니다. <13년간 지어온 유기농사를 포기하한다며 쓴 어느 농부의 글중에서>

농부들의 눈물

며칠 끙끙대며 정리했던 고민들이 입안에만 맴돌 뿐 좀체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80대 노구를 이끌고 사과상자를 배달해 준 조옥형 농부님의 모습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사과와 사과즙에 대해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은 터라 가격을 내려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직거래 사이트, 한살림, 자연드림, 마트 등을 살펴본 뒤 내린 결론이었지요.

시중 사과값이 워낙 쌉니다. 심지어 절반 가격으로 대줄 수있는 농장을 소개해 주겠다는 농부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가을 조생종인 홍옥이 탄저병 피해를 입어 농사수입이 얼마 안됐는데 겨울에 먹는 부사마저 인하해 달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은 값을 받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사과값 떨어졌다고 내려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나 봅니다. 모든 물가는 올랐는데 농산물가격만 내려야 한다고 세상이 요구합니다.

쌀도 그렇고 배도 그렇습니다. 노지 농사에서 나오는 감자, 고구마, 들깨, 참깨도 같은 처지에 몰려있습니다.

농부는 바뀌고 싶지 않는데 세상은 변하라 요구합니다. 세상의 거래방식에 맞추라 강요합니다. 유기농업을 아니 농사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 가득한 새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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