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위하여, 사과를 위하여, 농부를 위하여” 2018 3월 농산물꾸러미소식 2018.04.17

요즘 뭐 하세요?” “아들과 사과나무 전지(가지치기)하느라 바뻐” “요즘 과수하는 분들 보면 겨울에 전지 다 끝내던데요?” “겨울엔 산에서 낙엽 긁어 밭에 넣어 줘야지...” 사과농사를 짓고있는 조옥형 농부님이 고랑이랑에 오셨습니다. 주문한 사과와 사과즙 배송왔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경기가 정말 안 좋은가 봐요주문한 사과와 사과즙 배송 왔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주문량도 적은데다 꼬꼬마 사과만 주문하는 것이 어색하고 미안스럽기도 해 한마디 드렸더니 농부님은 그냥 미소로 답합니다. 이어 먼길 오시는데 작은 사과만 주문해서 죄송해요라고 말씀 드려도 또 비시시 웃고 맙니다.

귀농 첫해. 생태농사를 짓겠다고 고추밭 150평 전체를 낙엽으로 깔았습니다. 딱 일주일 걸렸습니다. 낙엽이 깔린 밭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지요.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년. 그리고 끝이었지요.

그해 농사수입 400만원.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먹는 거야 농사로 그럭저럭 때운다 치더라도 애 셋 키우려면 3~4배의 소득이 필요했습니다.규모를 늘리고 정신없이 일했지만 역부족 이었습니다. 오미자청을 담아 지인들에게 팔기 시작했습니다. 경북 상주에 있는 농부를 찾아 오미자를 조달했지요. 그 또한 산에서 낙엽을 긁어 밭에 뿌렸습니다. 고운 빛깔을 띤 오미자 맛의 비결을 묻자 그는 낙엽을 꼽았습니다. 생태적인 농사를 짓는 여러 농부들이 낙엽을 최고의 거름이라 여깁니다.

고된 일이지요. 더욱이 산을 홀로 오르기도 힘든 85세 어르신이 하기엔 더욱 그렇습니다. 낙엽 담긴 포대자루와 함께 비탈에서 구르는 아찔한 상황도 수차례 있었지요. 사과를 처음 먹었을 때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하며 자연스런 단맛이 좋았습니다. 저는 이 맛의 비결은 낙엽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젊은 저보다 더 진보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사과를 통해 삶을 깨닫게 해주셔서...조옥형 농부 님의 사과가 창고에 가득 차 있습니다. 사과를 빨리 소진하고 농사일에 전념해야 하는데 그득합니다. 사과 많이 드시고 주위에 선물도 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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