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나요?” 2018.07.13

 고랑이랑 들녘에서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나요?”

 

 단조롭게 사는 삶을 원했습니다. 해가 뜨면 들로 향하고 해지면 잠을 청하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그리워 귀농을 했지요. 그래서 7년동안 농사일 말고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마음만은 편했지요. 그러나 항상 허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흘린 땀보다 반도 못받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허탈함이 컸나 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싫어 나만의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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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월이 가고 동네에 귀농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만남의 기회도 늘었지요. 고랑이랑을 준비하면서는 2주에 한번씩 만나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고랑이랑에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땐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옆에서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지요. 공동으로 밭을 빌려 들깨를 심기도 하고 일손이 부족한 농부와 품앗이도 했습니다.

 

너무 찐하게 만난 걸까요? 만남이 깊어지고 고랑이랑이 예상보다 더 어려워지자 농부들 간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빈틈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만나면 참석하지 않은 농부의 흉을 보는 횟수가 늘어나고 각자 농사방식과 생활방식을 서로에게 맞추기보단 주장하기에 급급했지요. 고랑이랑이 더 힘들어지자 이런 모습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결국 한 농부가 6개월만에 고랑이랑을 그만두고 1년만에 또 한 농부가 농산물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남아있는 농부들도 한둘 떠났습니다. 그 당시엔 혼자라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농산물 꾸러미의 많은 물품들을 혼자 해결하며 버텼지요.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새로운 농부도 생겨나고 처음 만났던 농부들이 돌아와 물품도 풍부해 지고 배송도 함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삶이 다 그런가 봅니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인심이 야박해 집니다. 여유가 없지요. ‘네 탓만 하게 됩니다. 요즘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와 싸움을 합니다. 둘 다 삶이 버겁고 지쳤을 때 이지요. 자연과 인간은 만날수록 깊어지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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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폭삭 망했던 고추를 올해 다시 심었습니. 모내기를 포기했던 논을 정비하고 벼도 다시 심었지요. 농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농부들을 볼 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농부가 자연을 경외하고 농작물을 아끼듯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밭에서 만난 작물에게 인사하듯이 오늘은 아내와 함께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해야 겠습니다.

 

옆에 있어줘서 든든하다고요. “같은 길을 걷고 있어 행복하다고요. 그리고 협동하는 삶을 알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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