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농부가 너무 싫을 때가 있다”... 그래도? 2018.08.28

이런 농부와 고랑이랑이 같이 가야 할까요? 함께하려니 너무 힘들고 관계를 단절하자니 안타깝고... 지난 담뿍 꾸러미를 준비하면서 느낀 생각입니다.

◆고랑이랑 물품 뒷이야기 – “때론 농부가 너무 싫을 때가 있다”... 그래도?

♦몇주전
“고구마 안 필요해? 고구마 일찍 캐려고 하는데...”
“맛있어요? 꾸러미에 한번 내려는데...”
“맛좋아. 작년보다 더 맛있다니께. 껍질은 빨갛고 속은 노오란게 꿀고구마보다 더 맛있어.”
“그럼 넷째주 꾸러미에 넣을 테니 21일까지 60키로만 부탁드릴께요. 잊어버리시면 안돼요.”
이 농부와는 몇 번의 만남이 더 있었지요. 그리고 만날 때마다 고구마를 묻고 꼭 약속을 지켜달라 신신 당부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농부는 알았다며 “고구마 농사 잘됐으니 많이 팔아 달라”며 오히려 부탁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꾸러미 전날.
오후가 되어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고구마 오늘 저녁에 되는 것이지요?”
“지금 고구마가 문제인가?. 태풍오면 참깨 다 쓰러지게 생겼어. 지금 참깨부터 베야 혀.”
“그럼 오늘 안된다는 건가요?” “응. 안되겠어. 내일 비라도 오면 고구마 캘 수도 없고...”
기가 차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신신당부를 했고 태풍 온다는 이야기는 일주일부터 있었는데 이제와서 ‘나 몰라라’하는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돼지 않았습니다.
“아! 그러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던가요. 회원들에게 다 공지한 마당에 이제 와서 안 된다면 고랑이랑 묻 닫아야 해요. 누가 믿어 주겠어요? 이러시면 앞으로 생산하시는 농산물 고랑이랑에서 취급할 수 없어요.”
장모님 풀메기.png

 


무자르 듯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 농부 님은 습관적입니다. 농산물을 수집하러 갈 때마다 1~2시간 기다리기 일쑤였지요. 처음엔 “농사짓는 게 다 그렇지 뭐.”라며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고 만날수록 약속을 어기는 사례는 빈번했고 고스란히 고랑이랑의 손해로 이어졌습니다. 이젠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 되었지요. 심지어 배송 출발시간까지 농산물을 준비하지 못해 배송 담당자들이 농장까지 찾아가 가져간 적도 수차례 있었지요.

반대로 농산물 대금 문제엔 냉정합니다. 결제가 2∼3일이라도 늦어지면 독촉 전화가 불이 나지요. 자신의 이익엔 야박하다 싶을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이 해야 될 일에 대해선 약속을 어기기 일쑤인 농부이지요.

이런 농부를 고랑이랑에선 어떻해야 할까요?
문제는 이 분들이 생산해 내는 딸기와 고구마가 너무 맛있다는 겁니다. 시간과 인력과 에너지를 많이 쏟더라도 함께 가야할 지 아니면 냉정하게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지 사실 고민됩니다.

고구마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결국 그 농부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물품을 채우기 위해 배송 당일 오후 1시, 부랴부랴 미처 알이 차지 않는 고구마를 캐어 모자르는 고구마 양을 채워야 했습니다.

아!!!! 이럴 땐 농부가 너무 싫어 집니다. 자꾸 싫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제가 안타깝기도 하고요.딸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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