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깨복쟁이’ 산하의 방식으로... 2018.09.05

시골에서 첫돌을 맞았던 막내 산하가 중학교를 다닙니다. 어린 산하는 홀딱벗고 동네 여기저기를 뛰놀며 ‘깨복쟁이’로 살았지요. 옷 입는 걸 싫어해 ‘자연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런 산하가 벌써 중학생이 되다니...
얼마전 중학생 산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물었지요. 참고로 제가 살고있는 송악은 초등학교가 2곳입니다. 졸업한 아이들이 면에 있는 중학교에서 만납니다. 입학 초기에는 문화적인 이질감 때문인지 서로 긴장하기도 한답니다.

산하1 (2).jpg

 

아빠 “요즘 송남초 아이들하고만 친한 것 같애? 거산초 애들과는 안 어울리니?”
산하 “송남초 아이들은 친구를 왕따시켜. 전학 간 애도 있어. 할머니와 살고, 엄마하고 만 사는 애도 있어... 난 이 애들과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아빠 “친하게 지냈던 거산초 애들도 있잖아?”
산하 “너무 순진해. 범생이 같아. 나 없어도 잘 지내겠지 뭐!!!”
아빠 “선배 형들과는?”
산하 “진짜 때리는 형이 있어. 맞았어. 그래도 형들은 다 잘해줘”
아빠 “공부는?”
산하 “하기 싫어. 공부는 아닌가 봐. 그냥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거야. 학교공부 안 해도 잘 살 수 있어. 아빠!!!”
아빠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아빠가 농사공부 하듯이 너가 원하는 일에 대한 공부는 해야 되는 거야.”

 

짧지만 저에겐 꽤 강한 자극으로 남은 대화였습니다. 산하는 명쾌했습니다. 순수했습니다. 그리고 정의롭습니다. 왕따 문화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범생이와도 어울리고 싶지않은 공부 못하는 산하. 믿음이 갔습니다. 부모로써 산하의 순수한 마음이 어른이 되어서도 지켜지길 바랬습니다.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른스럽지 못했던 한 어른의 반성♦
상대방에 대한 단점만 드러내고 뒷담하며 편을 갈랐던 나.
부족한 점을 수용하지 못하고 자기 것만 옳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왕따’를 자초했던 나.
범생이처럼 살아온 삶이 자기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이나 자식에게도 그런 삶을 강요했었던 나.

토란밭.png

 

고랑이랑이 좀 더 나은 고랑이랑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려 합니다. 돈 한 푼 없이 부지를 마련하고 이전도 할 계획입니다. 출자금은 증액하고 조합원도 새롭게 모집할 예정입니다. 순탄치 않겠지요. 일각에서는 “부족했던 고랑이랑 이 돈을 모으겠다면 호응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려 합니다. 어린 아이의 눈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순수한 고랑이랑의 첫모습을 잃지 않겠습니다. 때를 쓰기도 하고 읍소도 할 생각입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홀딱벗고 가겠습니다. 불편하실지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깨복쟁이’ 어린 산하를 보듯 귀엽게 봐 주시길... 고랑이랑의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되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응원의 출자금 마구마구 쏴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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