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왜 ‘쌀’만 미워하나요? 2018.10.10

 

어느 봄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났습니다. 농업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일손돕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해 계획을 세우는 자리.

생산자 - “논에서 한 번쯤은 풀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소비자 - “논에 들어가는 걸 싫어 할 텐데요. 신청하는 조합원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생산자 - “농사에도 균형이 필요한데 논일도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6월쯤 하는 걸로 계획을 세워보죠?”

소비자 - “너무 힘들면 신청자가 없을 수도 있어요. 너무 덥기도 하고요.” 어떻게 됐을까요?

벼베기3.jpg

 

어느 가을날

한 살림 청년위원회 활동을 같이하고 있는 한 농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형님, 대학생 30명이 토요일마다 농활 하겠다는데 일꾼 필요하지 않아요?”

    . 필요해. 올해 논에 풀이 많아 낫질 좀 하려고. 30명이면 한나절이면 끝나. 가능해?

형님, 애들 논에 들어가 일하는 거 싫어해요. 밭에서 쉬엄 쉬엄 할 수 있는 거 없어요?”

농촌활동 하겠다는 놈들이 뭘 그리 따져?”

그럼 안 돼겠네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하시죠. 이번은 그냥 다른 사람한테 넘길께요

5년전 송악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끼리 갑론을박, 논쟁을 벌입니다. 흑미 때문이었지요. 농부 입장에서 보면 흑미는 재미보는 작물입니다. 수확량이 많고 가격도 비쌌으니까요. 반면 찰벼를 심는 농부들은 죽을 쒔습니다. 소출도 적고 가격도 낮아 기피대상 이었지요.

눈치가 빠르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흑미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반복돼자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총회를 열어 흑미로 번 이윤 일부를 송악 벼농사를 정비하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5년후 지금 송악

흑미와 찰벼 종자를 바꿨습니다, 상황은 역전되었지요. 흑미 가격은 떨어지고 찰벼는 올랐습니다. 수확량도 뒤바뀌었지요. 그 당시 흑미 심었던 농부들은 지금은 어떤 농사를 짓고 있을까요?

올 봄 아산 한 살림생산자연합회 논농사를 담당하는 실무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형 올 한해 흑미 좀 심지? 면적이 부족해 형이 심었으면 좋겠는데...‘ “심을 사람 없어? 난 메벼가 좋은데... 할 수없지 뭐

한해만 심어줘요.

쌀.jpg

 

지난주 800평의 벼베기를 끝냈습니다. 햅쌀로 밥을 하니 윤기가 좌르르... 행복했습니다. 쌀만 보면 저절로 배가 부르지요. 쌀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럭비공처럼 생겼지요. 그렇다고 이사람 저 사람이 돌아가며 럭비공처럼 차지는 말아주세요. 농부도 이를 먹는 소비자도 쌀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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