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베고 캐고 포장하고... 갈길은 멀고 마음은 바쁘고 2018.10.24

머릿속이 ‘멍’ 합니다. 입은 “추워지기 전에... 추워지기 전에...”를 되뇌이고 손은 땅을 파고 발은 뛰어 다닙니다. 이번주 소식지에는 요즘 일상을 담아봤습니다.


10월12일 금요일 –토란줄기를 베고 토란을 캤다. 한달 가까이 토란 밭에서 산다. 300평이 이렇게 넓다니... 10일은 더 일해야 한다. 오후엔 벼를 거뒀다. 올해 첫 벼베기다. 작년 물이없어 묵힌 논이다. 수확량은 나락 1.5톤. 쌀 14가마 될 듯 싶다. 잘된 농사는 아니다. 이나마 거둘 수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벼베기.jpg

 


10월13일 –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한살림에 알토란을 첫 출하 하는 날이다. 토란줄기 84봉, 알토란 363봉. 아내는 물론 큰딸 동하까지 동원됐다. 토란대 썰고, 토란 고르고 포장하니 점심이다. 며칠간 열라 캤던 알토란이 한순간 확 줄어드니 좀 허탈하다.
오후엔 서울 귀농학교 수강생 5명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토란대를 함께베니 한 트럭이 금방 채워졌다. 마음 뿌듯하다. 저녁엔 막걸리 한잔. 귀농과 농사경험을 나눴다. 듣는 사람들은 진지했고 궁금한 것들도 많았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희망보다 ‘절망’을 이야기하는 내 자신이 좀 답답해 보였다.
10월 14일 – 새벽에 일어나 알토란 포장 작업을 끝내고 서울 손님들과 오전 작업. 토란 캐기. 점심을 라면을 먹여 보낸 게 마음에 남는다.
햅쌀로 방아를 쪘다. 고랑이랑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설랬다. 하얀 쌀이 환상적이다.

토란베기.jpg

 

10월15∼16일 – 고랑이랑 출근. 반찬배송.
10월 17일 – 무투입 논 벼를 벴다. 작은 논 다섯 개가 층층이 있는 다랑이 논이다. 벼이삭이 너무 이쁘다. 옆 토란밭에는 새봄 님이 반차를 내고 토란줍는 일을 도와주셨다. 새봄 님 덕에 내일 공급할 토란양을 가까스로 맞췄다. 밤 11시 넘어서까지 일했다. 내일 종일 벼베고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온몸이 뻐근하다.

귀농.png

 


10월18일- 아내와 동하는 토란 작업을 하고 나는 논으로 향했다. 논 15마기지(3000평)가 모두 흑미다. 종일 벼만 실어 날랐다. 흑미 100키로는 남겨두어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다.
10월19일 – 고랑이랑에 팔분도미가 부족하단다. 일하다 말고 방아를 찧었다. 역시 왕겨가 섞여나와 선풍기로 날린 뒤 우선 급한대로 60키로를 보냈다.

토란줍기.jpg

 


10월20일 – 역시 사람 손이 무섭다. 서울한살림 동부조합원 자녀 25명이 내려왔다. 흙과 토란이 뒤엉켜 있는 토란덩어리를 하루종일 내리쳤다. 이 아이들 때문에 토란 일이 끝이 보인다.
10월21일 – 아이들이 케어 놓은 토란을 하루종일 주워 담았다. 아내는 이날 교회도 가지 못하고 큰 딸과 함께 해질 때까지 토란을 주웠다.
10월22일 – 마지막 토란을 주웠다. 모두 600키로. 고랑이랑으로부터 고구마가 부족없다고 연락이왔다. 컴컴해서 보이지 않아 스마트폰 손전등을 비춰가며 고구마 일부를 캤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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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 생강을 캤다. 200여평의 밭에 심었는데 반타작이다. 그래도 성심성의 껏 거두련다. 생강 끝나면 고구마, 땅콩도 캐야하고, 양파 마늘도 한 400평 심어야한다. 해는 지고 갈길은 멀어, 발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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