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조끼엔 있고 먹거리엔 없는 것 2019.01.21

고랑이랑 들녘에서 조끼엔 있고 먹거리엔 없는 것

눈 내리는 겨울밤.

아내가 바느질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미싱을 밀어놓고 조끼 앞뒤를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연결하고 있네요.

미싱으로 하면 편한데 이걸 언제 바느질하고 있어?” 물으니 아내가 되묻습니다. “미싱으로 하면 깔끔하기는 하지만 조끼가 저렴해 보여서... 핸드메이드가 기계로 짠 옷보다 훨씬 비싼 거 몰라?”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던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작은 농사를 추구하고 손과 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고랑이랑이 어려울수록 효율성이 곧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굳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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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고랑이랑

새봄 님은 방망이로 두드린 돈가스를 반죽에 담갔다가 빵가루에 묻히는 작업을 반복하고 사랑 님은 김 300장을 쌓아놓고 솔로 한장 한장 들기름을 바르고 있습니다. 두 분다 손목이 시큰거려 파스 마를 날이 없는 분들이지요.

너무 힘들게 일해서 어떻해요? 기계가 없을까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내 보지만 별로 도움되지 않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지요. 고랑이랑 여건상 구조상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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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 농부의 소신

작두콩차를 공급하는 두콩이네와 통화했습니다. 두콩이네는 비록 친환경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생태적인 농사방법을 고집하는 귀농한 젊은농부 이지요. 작두콩 차 공급가격을 조금 내릴 심산이었습니다. 한 영농조합에서 유기농 작두콩차를 조금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오히려 명쾌했습니다.

형님, 기계로 선별하면 안 좋은 것들은 골라낼 수 없어요. 쭉정이나 썩은 것들이 혼입되기 마련이지요. 시간이 오래걸려도 쭉정이나 썩은 것들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어 말리고 있어요. 품이 많이 가는데 안전하고 좋은 작두콩차 드신다 생각하시면 안되겠어요?”

그려 고생하시게.”라는 말밖에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손1.jpg

 

새해를 맞아 고랑이랑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올해를 연결해 줄 열쇠말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지요. 손은 소농, 수공업의 다른 말 이기도 합니다. , 정성, 노동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올핸 고랑이랑 농부들이 오십견이나 엘보, 무릎 관절로 인한 통증없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조리사님들이 파스를 바르는 일도 없길 기원합니다. 기계를 덜 쓰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은 고랑이랑 식구들이 협력, 나눔, 기부, 봉사 등을 실천할 때 가능하리라 봅니다.

엄마의 고질병인 주부습진은 설걷이, 빨래, 청소, 요리 등을 가족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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