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회원제 말고 없을까요? 2019.01.31

행복을 추구하지만 즐겁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그냥 농부로 살아갈까하는 마음이 굴뚝 연기처럼 올라옵니다.

주위에서 같이 농사짓는 동료들이 묻습니다. “개고생하고 돈도 안 돼는 꾸러미 왜하냐?” “너무 어렵게 살지말라...

저는 되묻습니다. “열심히 농사지면 뭐 해?. 고맙게 먹어주는 소비자가 몇이나 된다고?” “맘 편하게 판매할 곳은 있어?”

어떤 회원은 말합니다. “일년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한 번 받아보고 결정하면 안될까요?” “바빠서 음식을 잘 못해 먹는데 버릴 땐 너무 아까와요. 죄짓는 것 같아 그만 하고 싶어요.”

그럼 저는 .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되묻습니다. “믿고 소비할 만한 곳이 얼마나 있나요?” “어디 고랑이랑만 그런가요? 내가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못 먹고 버리는 음식이 수두룩하지 않나요?”라고요.

스티로폼 무덤.jpg

존중의 마음

사실 회원제 꾸러미 방법은 아무리 따저봐도 경쟁력이 없습니다. 수익도 낮고요. 그럼에도 소비자는 신뢰할 만한 농부를 얻고 농부는 자신을 믿어주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 판단했습니다. 땅에 떨어진 농부의 자존감도 되찾을 수 있겠다 싶었지요. 실제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들이 미약하지만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행복이 강요되면 굴레가 되는 건가요? 요즘은 꼭 회원제 꾸러미 방식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가볍고, 즐겁고,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어디 없을까요?

 

풀리지 않은 고민...

배송을 합니다. 아파트에 들어서면 바늘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지만 애써 왜면하고 지나가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쓰레기장 이지요. 스티로폼이 종이박스가 빈봉투 무더기가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마치 인간의 무덤 같습니다. 가끔 어린 아이들이 그 앞에서 뛰노는데 그럴 땐 죄책감은 배로 늘어납니다. 어른으로서 작은 양심의 가책이랄까요? 아마 안 보이는 곳에서 태워 없애겠지요.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배송가방 안 담긴 빈 찬통과 달걀 포장지, 다 녹은 얼음팩을 볼 때 그렇습니다. 빈 딸기박스와 스티로폼 상자는 반갑기까지 합니다. 모아 진 달걀 캡은 달걀농부에게, 빈 딸기 박스는 딸기 농부에게, 얼음 팩은 다시 냉동고로 향하지요.

회원제 꾸러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늘려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불편한 회원제 꾸러미 하지않고 좀 편하게 순환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어디 없을까요? 정말 고민되어서 여쭤 봅니다.

빈스트로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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