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컬푸드 체험기 - 오늘도 사과배 짊어지고 닫힌문을 엽니다 2019.02.28

 작은 어린이 집이 하나 있습니다. 시골이라 아이들은 적지만 넓은 운동장에서 뛰놀고 자연을 맘껏 누릴수 있는 작고 이쁜 어린이 집이지요. 고랑이랑과 아산로컬푸드협동조합이 힘을 합해 식자재를 납품한 지도 일년이 되어 갑니다. 이곳은 원래 아이쿱생협 물품을 100% 이용했는데 지금은 로컬푸드와 생협물품을 절반씩 이용합니다.

 

무얼하든 새로운 일은 낮설고 힘들지요. 시작할 무렵 가졌던 신선함과 설레였던 마음이 연기 걷히듯 사라지면 고통이 뒤따라 옵니다. 오락가락,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지요. 매번 12품목을 구하지 못해 한살림과 자연드림 매장을 초치기’ ‘분치기하면서 헤매 다녔습니다.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해 주방 선생님께 혼나기 일쑤 였고요.

송악골.jpg

 

자연스럽게 어린이 집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고랑이랑은 지쳐갔지요. 이쯤되니 수익도 별로 없는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회의감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논쟁으로 이어졌지요.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집 덕분 이었습니다. 원장님은 의외로 초연했습니다. 지역 농부들이 키운 농산물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지요. 따라서 생협과 고랑이랑, 두 곳에 물품 주문서를 만드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해 주셨습니다. 원하는 물품이 없을 땐 식단을 알려주며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큰 어려움 없이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좀 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인터넷 수발주 시스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송악골어린이집.jpg

 

  

일주일에 두 번 물품상자를 짊어지고 어린이집 문턱을 들어섭니다. 그 상자 안에는 고랑이랑 딸기도 있고 조옥형 농부님의 사과와 사과즙, 복자네 배도 들어있습니다. 지역 농부가 키운 대파와 당근, 시금치도 있고 운동장에 맘껏 뛰놀고 자란 닭들이 낳은 방사유정란도 있습니다. 간식거리로 고랑이랑 조리사 할머니들이 만들어준 쌀강정과 돈가스, 동그랑땡도 갑니다. 빵떡어멈이 만든 천연발효빵은 인기 품목이지요.

 

둘째와 막내 아들이 다녔던 어린이집 이었습니다. 그땐 무심하게 열었던 대문이 요즘 새롭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컸으면하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로컬푸드는 완료가 아닌 진행이지요. 종합선물세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하나 둘씩 선택하는 소비로는 로컬푸드가 정착될 수 없다고 봅니다. 콩쥐가 물항아리 채우듯 나눔을 길러 올리고 지역 농부에 대한 애정이 차곡차곡 쌓아 지는 만큼 로컬푸드는 단단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반만 채워진 물품상자를 이고 어린이집의 닫힌 대문을 엽니다.

 

다른 게시물 보기

결재시 적립금 드려요~~~ 2019.04.25
◆고랑이랑 들녘에서– “당신의 똥은 괜찮습니까?” 2019.04.24
농부를 먹여살린 토마토와 부추 2019.04.24
■농사이야기- 볏집이 부러워.. 2019.04.03
고마워요!!! 고랑이랑 딸기 2019.04.01
■고랑이랑 들녘에서 - 농사짓지 말고 살 것을... 2019.03.27
고랑이랑 소식 - 텃밭 생태교실 "봄맞이 함께 가요" 2019.03.27
물품이야기 - 생명의 토종대파⦁단무지 무침... 달콤한 당근과 천혜향 2019.03.27
◆좌충우돌 로컬푸드 체험기 <2>– 어쩌다보니 소중한 일자리가 이렇게... 2019.03.27
고랑이랑 닭강정의 승리 2019.03.21
고랑이랑은 '끈'이 되자 합니다 2019.03.20
■나의 로컬푸드 체험기 - 오늘도 사과배 짊어지고 닫힌문을 엽니다 2019.02.28
언땅에서 냉이캐기... 무투입 농법을 아시나요 2019.02.15
■고랑이랑 배송지에서 - 빈박스가 반갑네요 2019.02.15
◆고랑이랑 들녘에서 – 회원제 말고 없을까요? 2019.01.31
꾸러미 뒷 이야기 – “어쩌스까? 대추 못내겠네” 2019.01.31
느끼한 속을 씨원하게∼... 청국장, 대파, 배추로... 2019.01.31
고랑이랑 들녘에서 – 백조와 고딩의 양파밭 ‘이불덮기’ 2019.01.21
◆고랑이랑 들녘에서 – 조끼엔 있고 먹거리엔 없는 것 2019.01.21
애증의 ‘딸기’, 반가운 ‘달래’... 착한 소비 알려준 ‘소소란’ 201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