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이랑 들녘에서 - 농사짓지 말고 살 것을... 2019.03.27

우울하네요.

지난 주말엔 서울에서 귀농을 준비하는 실습생 5명이 내려와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밭에 있는 비닐을 걷어내고 퇴비도 뿌리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감자도 심었고요.

오랜만에 하는 삽질이 힘들었는지 비닐이 씌우는 속도가 점점느려집니다. 쉬는 시간. 실습생 한 분이 흘린 땀을 닦으며 묻습니다.

땅이 꽤 넓어요. 이 곳에서 일년 농사수입이 얼마나 되세요?”

힘드시죠?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되묻고는 옛날엔 논 4천평만 농사지어도 자식 대학까지 보냈는데 지금은 4만평 농사지어도 힘들다’, ‘오늘 감자를 100평쯤 심었는데 농사 잘 지어야 5060만원 정도밖에 못 번다’, ‘농사지어 경제적으로 안정되려면 만평이상 농사를 짓거나 비닐하우스, 양계, 축산, 과수, 특용작물 쪽을 알아봐라등등. 마음 속에 묻어 둔 말을 불라불라떠들었습니다.

    일이 끝나고 서울로 향하며 실습생 한분이 우울하네요. 발길이 안떨어져요.” 순간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농사에 대한 꿈을 갖고 내려온 분들에게 절망스런 현실만 강조한 것은 아닌지 후회됐습니다. 나머지 비닐을 씌우면서 오후내 우울하다는 말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귀농 실습.png

 

한라봉 나무 베어 버렸어

부여 청산농원에 다녀왔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어르신이 인사 대신 건넨 첫마디가 한라봉 나무 베어버릴 거여입니다.

한라봉은 심은지 3년을 기다려야 수확을 한답니다. 올해 4년째. 작년보다 수확은 배가 늘었지만 수입은 오히려 줄었지요. 이젠 전남이 제주도보다 재배면적이 더 넓다 합니다.

시장에서 만5천원에 팔고 있는 한라봉이 공판장에서 7천원이야. 더 손해보기 전에 빨리 베고 다른 품종 심어야지.”

2천여평의 비닐하우스에 묘목값만 수백만원. 들어간 시설비만 5억원. 4년째 수입없이 적자입니다. “한라봉 베고 다른 품종으로 바꾸면 또 3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하늘만 처다보는 농부의 한숨을 뒤로한 채 아산으로 올라왔습니다.

청산농원.jpg

 

차라리 AI 왔으면...

지난 2월 한 양계 농부를 만났습니다. “지금 달값이 똥값이여. 일반 달걀은 농장에서 한알 100원도 안해. 사료값만 1억씩 깨졌어. 접을수도 없고.”달걀 값이 160원은 돼야 유지된답니다. “이 상태라면 차라리 조류독감(AI) 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양계농가도 많답니다.

 

가장 솔직해야 할 농사가 이젠 요행을 바라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해결책이 없을까요? 봄날 바빠야 할 몸이 무거워 지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다가도 가끔 앞날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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